건축물 50~80% 조립시대…‘脫현장’ 바람 거세다 (2022.03.28 e 대한뉴스)

[SAFE KOREA] 안전이 국가경쟁력 – 건설 뉴노멀 ‘OSC’

대형사-스타트업 건축공장 매입 붐
단순 자재 생산 넘어 ‘사전 제작’
건설 중심축 ‘현장→공장’ 대전환

스마트팩토리를 표방한 지산개발의 PC공장은 자동차 공장을 연상시키는 ‘순환생산’ 방식을 택했다. 사진은 철근 배근 후 인장 공정. /e대한경제 DB

[e대한경제=김태형 기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까지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건설용 땅 대신 ‘건축 공장’을 사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건설용 공장들이 주로 단순 자재 생산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전체 건축물의 50∼80%를 미리 공장에서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완성하는 모듈러ㆍPC(사전제작 콘크리트) 관련 공장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생산성이 낮고 수작업 비율이 높은 전통적인 현장 건설방식을 벗어나 디지털 기반의 탈(脫)현장 건설(OSCㆍOff-site Construction)로 급선회 중인 글로벌 시장의 뉴노멀(새 표준)이 한국에서도 서서히 자리 잡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13면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대우건설, 반도건설 등 아파트와 인프라, 플랜트를 공급해왔던 대형 종합건설사들이 공장 매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은 경기 남부, 충청 등 중부권 일대에 신규 공장 부지를 매입하거나 기존 공장을 프리패브(Prefabrication) 공장으로 새단장 중이다. 타깃은 연평균 10∼20%씩 급성장 중인 PC 시장이다.

GS건설이 자회사 지피씨(GPC)를 통해 충북 음성에 연간 18만㎥의 할로우코어 슬래브(Hollow Core Slab) 생산공장을 신설한데 이어 반도건설은 오는 4월 생산을 목표로 경기 여주에 연간 3만㎥ 규모의 PC공장을 짓고 있다. 박현일 반도건설 대표는 “환경, 노동, 원자재 등 건설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심각한 위기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OSC(탈현장)뿐”이라고 했다. 대우건설도 자회사(대우에스티)의 충북 진천 강교구조물 공장(15만여㎡)을 PC 공장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혁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도 공장 인수대열에 합류했다. 이동형 학교 모듈러 시장을 개척한 엔알비(대표 강건우)는 최근 전북 군산에 공장을 마련했고, AI(인공지능) 기반 건축설계 자동화로 주목받은 텐일레븐(대표 이호영)도 연내 모듈러 공장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건축공장을 시공현장으로 옮겨놓은 ‘3D 프린팅’도 넓은 의미에서 탈현장 건설(OSC)로 분류된다. 사진은 현대가 3세 정대선 사장이 세운 NH그룹 계열 하이시스의 3D 프린터./ 하이시스 제공

건축공장을 시공현장으로 옮겨놓은 ‘3D 프린팅’ 시장도 열기가 뜨겁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마션케이(대표 정종표)와 손잡고 중동 플랜트 현장의 부속 건물을 3D 프린터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대가 3세 정대선 사장이 설립한 HN그룹 계열 하이시스는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층당 144㎥ 넓이에 지상 4층 건물을 한 번에 출력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개발, 지난해 미국 수출까지 성사시켰다. 서종원 한국건설자동화ㆍ로보틱스학회장(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은 “3D프린팅은 건설산업의 공장화ㆍ자동화 속도를 앞당겨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주요 변화로 디지털화와 OSC를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2050년 넷제로(Net-zero, 온실가스 순배출 0) 목표도 건설의 중심축을 현장에서 공장으로 옮기라고 재촉한다.

이준성 이화여대 건축도시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건설사들이 공장을 짓고, 건설업이 제조업으로 가는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막대한 설비투자를 동반하는 OSC 전략이 성공하려면 영국, 싱가포르처럼 지속적으로 탈현장 전환을 독려하는 정책 시그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ㆍ이계풍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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