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LH 공공주택, 10곳 중 1곳 모듈러 등 조립식으로 짓는다 (2024-07-08 뉴시스 기사)
언론사 뉴스
(2024-07-08 뉴시스 기사,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707_0002801571 )
모듈러 공법·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활용
공장에서 만든 후 현장에 옮겨 조립·결합만
품질 균일화·폐기물 저감·공기 단축 등 장점
공사비 30% 비싸…"규모의 경제 달성 필요"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지난 4일 오전 세종시의 한 택지지구 건설현장에는 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600톤(t)짜리 초대형 크레인은 트레일러 화물차가 싣고 있던 아파트 한 채만 한 콘크리트 큐브를 천천히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옆 건물 위에 벽돌을 쌓듯 콘크리트 큐브를 서서히 내려놓는 양중 작업에 소요된 시간은 약 6분. 제 위치에 놓인 콘크리트 큐브를 크레인·밸런스빔과 분리하고 건물 골조와 결합하는 현장 인력은 단 2명이다.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세종 UR 1·2블록에 지어지는 LH 모듈러 주택은 2개 블록 지하 4층~지상 3층 등 총 416호로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다. 현장에서 골조를 세운 뒤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러 유닛을 옮겨와 조립하는 '인필' 공법을 사용했다. 지난달부터 조립 시공을 시작했으며 올 12월 준공 예정이다.
4년 새 500억→8000억 시장으로…최고층 13층→20층 높이기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외벽체와 창호, 배관 등을 포함한 개별 주거공간 약 80%를 박스 형태로 사전 제작해 현장으로 운송한 후 설치하는 형태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Precast Concrete)와 함께 대표적인 탈현장 건설(OSC·Off-Site Construction) 공법이다.
세종시에 짓는 해당 모듈러 주택은 포스코A&C가 제조하며 현장 시공은 계룡건설과 금호건설 등이 협업한다. 군산 공장에서 제작한 후 2시간 여 동안 트레일러에 싣고 145㎞를 달려 현장에서 접합한다. 유닛은 575개로 이뤄져 있다. 600톤(t) 무게의 이동식 크레인으로 유닛과 밸런스빔을 연결해 양중해 쌓고 접합한다. 한 유닛을 쌓아 조립하는 데에는 약 30분이 걸린다.
건설현장 한 편에 마련된 37㎡ 면적의 견본주택 안에 들어서니 내부는 거실과 방, 화장실, 주방을 갖추고 있고 전기 배선과 배관, 도배까지 완료돼 여느 아파트와 비슷하다. 콘크리트벽으로 유닛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흔히 떠올리는 컨테이너 가건물과는 다르다. LH 관계자는 "주민들 역시 살고 있는 주택의 공법을 설명해주지 않으면 기존의 익숙한 공법인 벽식콘크리트 아파트와 다른 점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8일 LH의 '스마트건설 추진계획'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주택은 7개 지구 918호가 있다. 추가로 3개 지구에서 696호 규모로 추진 중이다.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의 규모는 2020년만 해도 574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전국적으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이 진행되며 8055억원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LH는 중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 등 물량 10%를 모듈러 주택 등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모듈러 주택이 기존 벽식 콘크리트 구조의 아파트보다 여러 모로 장점이 많다고 보고 시장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제조-건설 복합 미래형 공법…장점 많지만 사업성 확보 '과제'
모듈러주택은 현장 인력 소요가 줄고 현장에서 제작하는 자재와 부품을 자동화·표준화된 공장 설비로 생산하기 때문에 기능공 숙련도에 따라 들쭉날쭉하던 시공품질을 균일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설계·시공오류로 인한 하자 우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공기 지연, 현장 안전사고와 분진·소음, 건설폐기물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특히 기존의 철근콘크리트공법보다 공사기간을 약 30% 단축 가능하다.
LH는 공법 특성상 층간소음 저감 효과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세종 UR1·2블록 모듈러주택의 층간소음 측정 결과 경량 2등급, 중량 3등급으로 철근콘크리트 아파트(경량 3등급·중량 4등급)보다 소음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 설계도 기존 구조물과 같은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일찍이 모듈러 주택을 활성화한 싱가포르는 56층까지, 영국은 44층까지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국내 기술력으로 지을 수 있는 층수는 13층이다. LH는 경기도 의왕초평지구에 국내 모듈러주택 중 최고 높이인 20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지난 3월 세종 5-1생활권에 지상 12층 규모의 모듈러 주택을 발주한 지 4개월 만에 적용 층수를 더 높인 것이다.
LH는 지난 3월 중장기 추진계획 '2030 LH OSC주택 로드맵'을 마련했다. 연내에는 광운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모듈러 표준 설계·평면을 개발해 대량 생산체계 기반을 마련하고 층간소음 저감에 최적화된 바닥구조 등 기술개발에 나선다.
LH는 PC 공법도 평택고덕지구 A58블록에 시범 적용한다. 모듈러가 아파트 한 호를 제조해 조립하는 방식이라면 PC공법은 기둥, 보, 벽체 등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LH 관계자는 "과거 1기 신도시 조성 당시에는 기술력이 낮아 접합부에서 누수 등 하자 문제가 발생해 중단된 바 있다"며 "최근에는 보완하면 주택 건설 현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여건이 됐다고 보고 재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듈러 주택은 기존 공법보다 공사비가 약 30% 비싸다. 이동과 조립을 위해 장비를 이중 투입하고 현행 내화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석고보드 등 자재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사비가 올라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민간이 도입하기엔 사업성 한계가 있다. 제조와 건설이 복합된 분야다 보니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방청 등 여러 부처에 걸친 규제를 모듈러 주택에 맞게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이에 대해 이한준 LH 사장은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수급 부족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모듈러 주택이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며 "모듈러주택을 규모의 경제로 키우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올해도 공공주택 중심으로 일정 물량을 확대하는 등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