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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 모듈화 지원책, 초고층 임대주택 탄생시켰죠” (2022-09-08 E-대한경제 기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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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 모듈화 지원책, 초고층 임대주택 탄생시켰죠”
(2022-09-08 E-대한경제 기사 中,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209061338174140052)
‘스마트모듈러 국회포럼’ 강연…황본강 싱가포르국립대(NUS) 건축과 교수
현지 정부, 탈현장 공법 확산 사활
40년 앞선 1980년대부터 PC 도입
2010년 이후 PPVC 방식 자리매김
20층 일반 공공주택도 거뜬히 건립
입찰 때 조립식 사전제작 적용 조건
용적률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모듈러 자체생산 투자도 적극 나서
황본강 싱가포르국립대(NUS) 건축과 교수/ 사진: 김민수 기자
[e대한경제=김민수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Pinnacle @ Duxton)’을 본 뒤 “서울에도 피나클 같은 고품질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2009년 완공한 피나클은 50층 높이의 7개 타워가 스카이브리지로 연결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 건물이다. 총 500m 길이의 하늘 정원이 조성된 26층과 50층의 스카이브리지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이런 초고층, 고급형 공공주택은 공장에서 주요 부재를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ㆍ설치하는 PC(사전제작 콘크리트) 모듈러 방식으로 지어졌다.
한국에서도 서울 ‘가리봉 청년주택(12층)’과 경기 ‘용인 영덕 행복주택(13층)’ 등 모듈러 주택을 ‘더 높고, 더 크게’ 지으려는 시도가 있지만 여전히 중소규모 중층형 단지에 머물러 있다.
<e대한경제>가 주관한 ‘스마트모듈러 국회포럼’ 참석차 방한한 황본강 싱가포르국립대(NUS) 건축과 교수(사진)를 만나 싱가포르 임대주택과 모듈러 건축 경쟁력의 비결을 들어봤다.
황 교수는 “싱가포르 정부는 막대한 재정지원과 기술 의무 도입으로 건설과정 전반의 디지털화와 모듈화를 강력하게 추진 중”이라며, “1980년대부터 PC 모듈러 기술을 도입하면서 축적된 문화와 생태계 구축이 피나클 탄생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싱가포르 국민의 82%가 공공주택에 살지만, 모두가 피나클처럼 고급 단지에 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적어 내진설계 기준이 높지 않고, 따뜻한 날씨로 난방 설비가 불필요해 PC의 경량화가 가능한 것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고 생산성이 낮은 건설산업을 혁신하기 위해 일찍부터 PC, 모듈러 등 ‘공장 제작, 현장 설치’의 OSC(탈현장 건설) 공법 확산에 사활을 걸었다.
싱가포르 주택공사(HDB)는 이미 40년 앞선 1980년대에 PC를 도입했고, 2000년 들어 PBU(공장 제작 조립식 화장실 유닛)를 집어넣는 식으로 발전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3세대 모델인 PPVC(조립식 사전마감 제작) 방식이 자리 잡았다.
PPVC는 건축물 내부를 구성하는 유닛을 레고 블록처럼 사전 제작해 조립하는 것으로, 일종의 표준화된 모듈러 공법이다.
2009년 재건축된 피나클은 PC로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일반 공공주택도 15∼20층을 PPVC로 거뜬히 짓는다.
황 교수는 “싱가포르는 정부 발주 공사의 40% 이상을 PPVC로 적용하고, 민간을 포함한 전체 프로젝트의 70%를 PPVC를 포함한 DfMA(공장 제작 및 조립방식)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싱가포르에 건축 중인 사우스 애비뉴.
민간주택 분야에도 PPVC 적용률이 높은 비결은 싱가포르 특유의 주택공급 방식 때문이다. 인구 600만명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사고팔 수 있는 ‘토지 임대부 주택(99년 임대)’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한다.
황 교수는 “땅을 가진 싱가포르 정부가 입찰 조건으로 DfMA나 PPVC를 60% 이상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용적률 상향이나 펀드를 통한 지원 등 인센티브도 준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높이 140m로 세계 최고층 조립식 건물 중 하나인 민간주택인 클레멘트 캐노피 등 대표적인 PPVC 주택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보다 높은 56층 규모 사우스 애비뉴(사진)도 현재 건축 중이다.
싱가포르는 모듈러 자체 생산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황 교수는 “모듈러 직접 생산을 위한 자동화 공장(ICPH)을 10개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현재 5개를 구축했다”며, “공장 하나를 짓는 비용 300억달러 중 90억달러를 정부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임대주택의 분양가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격이 다소 올랐지만, 기존에는 방 3개짜리 임대주택의 분양가가 3억원대였다. 황 교수는 “싱가포르가 어떻게 싸고 품질 좋은 모듈러 공공주택을 공급할까 많이 궁금해 하는데 사실 분양 원가가 싼 건 아니다”라며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이 그만큼 크며, 다만 정확히 얼마를 지원하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수기자 kms@